Aug 4, 2021

감시 보고 No. 32

감시 보고 No. 32 2021년 6월 12일


NPO 법인 피스데포 <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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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하루속히 신뢰구축을 위한 행동을 취할 차례다.

 오늘 6월 12일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 이후 3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지 첫 번째 기념일이기도 하다.

 그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4월 말로 확정됐다. 자세한 내용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조절된 현실적 접근’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주 1]. 정책 재검토 작업이 완료된 후인 5월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남북 간 및 북미 간의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구축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주2].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를 다짐하면서 미국도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고 나아가 양국이 새로운 북미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과거의 합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출발점으로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북미 양측 간 상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서로의 불신을 불식시키느냐가 중요하다. 2018년 이래의 경과로 볼 때, 북미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한 행동은 미국 정부가 먼저 취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행동이 늦으면 늦을수록 불신의 악순환이 재발할 위험이 늘어난다고 생각되므로 하루속히 미국의 행동이 요구된다.

 5월 21일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판문점 선언[주3]은 2018년 4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당시)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선언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휴전 상태에 있는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고 전쟁 당사국들에 의한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한 협의를 추진할 것, 적대 행위의 전면적 중단, 상호불가침 재확인 등에 합의했다. 또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주4]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이 합의한 문서로서, 우선 트럼프가 북한의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김정은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책무를 재확인하는 것을 전제했다. 두 정상은 이어 “새로운 북미 관계 확립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으로 확신하며 상호 신뢰 조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라며 신뢰 조성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 후, 다음의 4항목의 합의를 이뤘다. 즉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 ‘한반도의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회수 및 반환’의 네 가지다.

 제네바 합의(1994년)와 6자회담 공동성명(2005년) 등 그동안 북한이 합의한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한 주요 합의에도 공통되는 것이지만, 북한 정부는 북미 관계 개선과 대북 불가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북한의 안전이 담보되는 조건으로 핵 개발과 핵무기 포기에 합의해 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 실패 이후, 북한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은 미국 정부가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면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거듭 시사해 왔다[주5]. 바이든 정부가 북미 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한 과거 합의를 존중한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것과도 연결된다. 이 사실이 명확해지면 하노이 이후 정체된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70년이 넘는 오랜 적대관계인 북미 간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둘러싼 과거 협상 과정에서도 상호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상호 신뢰 조성’이 협상 촉진의 열쇠라면, 우선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태어난 2018년 이후의 역사를 근거로 하여 불신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아래 기술한 것처럼 그 경과를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미국이 우선 행동을 취해야 할 차례다.

 2018년 이후를 돌이켜보자. 
우선 4월 20일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국내 조치로서 중대 행동을 취했다. 신뢰 조성을 노린 일방적인 첫걸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북한 통치기구 중 실질적인 최고 결정기구라고 할 수 있는 당 중앙위원회 총회(제7기 3차 총회)에서 전당 및 국가의 모든 에너지를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집중한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내세운 뒤, 김정은은 다음날인 4월 21일에 핵실험 중단, ICBM 시험 발사 중지, 나아가 핵실험 중단을 뒷받침하기 위한 핵실험장 해체를 결정했다. 핵실험장 해체는 CNN 등 해외 언론을 초청해 5월 24일 세 개의 갱도를 폭파함으로써 이뤄졌다. 폭파 실태에 대한 전문가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회담 후인 10월 7일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때 김정은은 전문가를 핵실험장으로 초청해 현지 검증을 하도록 제안했다.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가 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하지 않는 조치의 증거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시설을 해체할 뜻을 밝혔다. 이러한 의향은 9월 19일 남북 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로켓 발사대를 관계국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명기함으로써 재확인되었다[주6]. 또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미군의 유해 회수와 반환에 관해서 북한은 정전협정 25주년이 되는 7월 27일에 이미 회수된 유해 55구를 반환했다.

 더욱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은 미국이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는 등 추가 조치를 강구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혀 미국 측의 의사가 있으면 신뢰 구축 조치의 추가에 응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북한은 적극적인 신뢰 조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했으며 계속된 추가 조처를 하면서 신뢰를 쌓자는 제안도 해 왔다.

 그에 대해 미국은 신뢰 조성을 위해서 무엇을 해 왔을까? 미국이 취한 행동은 트럼프가 약속한 대형 한미연합훈련의 연기와 축소뿐이었다. 이와 같은 경과를 고려한다면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해 새로운 북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북한의 행동에 걸맞은 신뢰 구축 행동을 할 차례임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 방침을 보여 회담이 무산된 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없는 한 북미 협상이 결실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상대에게 신뢰를 쌓을 의사가 없는 것은 대북 적대시 정책에 변경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의 이러한 ‘포기 상태’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신뢰 조성 회복의 첫걸음으로서 지금 취해야 할 행동을 생각하기 위해서 이 경과를 되돌아본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2019년 이내에 새로운 계산법에 따른 제안을 갖고 협상에 임하도록 기한을 정하고 미국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리고 미국의 회답이 없는 상태에서 연말에 4일에 걸친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총회를 개최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주7].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내걸고 빈둥거리며 자신의 정치·외교적 이익을 도모하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해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하고 약화하는 것이다.”
 “핵 문제는 아니더라도 미국은 다른 무언가를 겨냥해 우리에게 손을 댈 것이고 미국의 군사 및 정치적 위협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말한 다음,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는 영원히 있을 수 없다. (중략)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확고한 평화 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필요불가결한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할 것이다. (후략)”

 즉, 비핵화의 요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강조되고 있다. 약 1년 후인 올해 1월에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도 계속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비판받았는데, 그때는 정책 철회를 ‘새로운 북미 관계의 요점’이라고 지적했다[주8]. 
 “미국에서 누가 권좌에 오르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북정책의 본심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관건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으며, 앞으로도 힘 대 힘, 선의 대 선의의 원칙에 따라 미국을 대할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북한 정부 접촉 시도에 대해 2021년 3월 17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어떠한 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힘에는 힘, 선의에는 선의의 원칙에 따라 미국을 대하겠다”라는 북한의 방침을 재확인했다.[주9]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이처럼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정조준해 대미 관계를 논하고 행동해 왔다.

 적대시 정책이 무엇이며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온 최근의 경과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란 북미 상호 간의 불신을 불식하고 신뢰를 양성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미국의 일방적 정책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고 적대시 정책의 실체를 한 번에 철회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철회의 신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행동을 취해야 할 순서에 있는 미국의 바이든 정권은 우선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의도와 신뢰 양성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는 그다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2000년 10월에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북미 양국 정부는 서로 적의를 품지 않을 것을 선언한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재확인하면 된다.

 “...양국은 양국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방침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중요한 첫걸음으로서 양국은 어느 쪽 정부도 상대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과거의 적의로부터 자유로워진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서약했다.”[주10]

 게다가 바이든 정부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한국전쟁 종전 선언, 평양에 미국 연락 사무소 설치, 제재 완화 등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

 미국은 이러한 행동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는 북미 상호 불신과 적대 관계가 지속하는 가운데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비록 정전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지만, 한국전쟁은 공식적으로는 종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한미도 북한도 군사훈련, 군비 증강 및 근대화를 정당화할 이유가 충분하다. 8월에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국회에서의 집권 여당과 국민 여론에 대한 대응이라는 위험도 안고 있다. 염려되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의 행동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신의 악순환이 재발할 위험은 커질 것이다. 조속한 미국의 행동이 요구되고 있어 바이든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 (마에카와 하지메,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주1 미 대통령 관저(백악관), “Press Gaggle by Press Secretary Jen Psaki Aboard Air Force One En Route Philadelphia, PA”, 2021년 4월 30일.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press-briefings/2021/04/30/press-gaggle-by-press-secretary-jen-psaki-aboard-air-force-one-en-route-philadelphia-pa/
주2 한미 정상 공동성명(2021년 5월 21일).
https://www.yna.co.kr/view/AKR20210522035500001
주3 판문점 선언(2018년 4월 27일).
https://www.koreasummit.kr/Policy/Reference/7 
주4 싱가포르 북미 정상공동성명(2018년 6월 12일).
https://www.krhana.org/data/document/page/1/post/256?
주5  예를 들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총회가 개최됐다’ (Report on 5th Plenary Meeting of 7th C.C., WPK”,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0년 1월 1일) 또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담화’(Press Statement by Kim Yo Jong, First Vice Department Director of Central Committee of Workers' Party of Korea”,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0년 7월 10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6 9월 평양공동선언(2018년 9월 19일)
https://www.mofa.go.kr/www/brd/m_3973/view.do?seq=367940&srchFr=&amp%3bsrchTo=&amp%3bsrchWord=&amp%3bsrchTp=&amp%3bmulti_itm_seq=0&amp%3bitm_seq_1=0&amp%3bitm_seq_2=0&amp%3bcompany_cd=&amp%3bcompany_nm=&page=1
주7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총회가 개최됐다.’ (Report on 5th Plenary Meeting of 7th C.C. WPK”,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0년 1월 1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8 “Great Programme for Struggle Leading Korean-style Socialist Construction to Fresh Victory”,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1년 1월 9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9 ‘최선희 외무 제1차관이 담화를 발표’ (Statement of First Vice Foreign Minister of DPRK,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1년 3월18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10 북미 공동코뮈니케 (2000년 10월 12일).
https://1997-2001.state.gov/regions/eap/001012_usdprk_jointcom.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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