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8, 2020

감시 보고 No.24

감시 보고 No. 24 2020 8 13 

§볼턴의 트럼프 평가와 무관하게 싱가포르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기초 문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질을 의심하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외교 내막을 폭로한 저서에는 트럼프가 ‘국익’보다 대통령 ‘재선’이나 ‘선전’을 우선시했음을 보여주는 일화가 많이 실려있는데, 이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볼턴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직전 협의에서 트럼프가 “이것은 그저 흥보에 불과한 것”이라 말한 것을 소개하며 ‘그가 정상회담 전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고, 트럼프가 “알맹이 없는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선언한 뒤 이 도시를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음을 밝혔다[주1]. 또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의 축소를 요구하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여느 때와 같이 ‘훈련은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동의하면서 “김정은이 미국에 많은 돈을 절약해 줬다”고 말해 김정은의 큰 웃음을 자아낸 일화 등이 담겨있다[주2]. 2019년 2월의 하노이 회담에 대해서도 워싱턴에서 열리는 마이클 코언 전 고문 변호사의 트럼프에 관한 ‘러시아 스캔들’ 증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담 ‘결렬’과 ‘합의’ 중 어느 쪽을 택할지 골랐던 상황을 자세히 담고 있다. 볼턴은 이런 상황을 ‘그의 개인적인 문제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표현했다 [주3]. 한편 볼턴은 싱가포르 회담을 분석하며 ‘(회담은)한국이 만든 것이었고, 이는 김정은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연관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주4].

 이처럼 볼턴의 글은 북미정상회담을 트럼프의 자질과 대처 자세에서도, 그 전체적인 틀에서도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인상을 남긴다. 트럼프의 자질에 대한 글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 중 상당수가 북미회담을 잘못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초 볼턴이 2018년 이후의 북미협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저서의 곳곳에서 언급했듯이 볼턴은 북한이 굴복할 때까지 경제제재와 군사압력을 지속해 체제붕괴로 이끄는 것이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강경한 주장의 소유자다. 예컨대, 북미회담의 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되기 전까지 그는 회담에 대해 ‘저러다 다 망가지는 게 내 희망’이라 적으며[주5], 그 후에도 동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일본 정부와 협력해 트럼프가 대폭적인 ‘양보’나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하지 않도록 애썼음을 밝혔다.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 방침을 사실상 용인했던 스티븐 비건 당시 대북특별대표가 작성한 공동성명안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거듭 반복해서 ‘합의없는 결렬’이라는 옵션을 트럼프에게 주입한 브리핑의 성과라고 말했다. ‘두번째 브리핑은 상당히 잘 진행됐다. 하노이에서는 트럼프가 무턱대고 베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의 기대가 모두 달성됐다.’ [주6]

 일본 사회에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게만 비핵화를 요구하는 강경한 태도와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단계적 비핵화 합의를 저지한 볼턴의 행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볼턴 덕에 대통령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북한과 안이한 합의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해도 되는 걸까. 

 볼턴은 대국주의, 군사주의 외교정책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볼턴이 주도한 정책의 결과로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이탈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지만 그 결과 이란 사람들은 의약품 부족이나 물가 급등에 시달리고 있다. 또 볼턴은 뉴욕타임스[주7]에 기고한 <이란의 폭탄을 멈추려면 이란을 폭격하라(To stop Iran's Bomb, Bomb Iran)>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바마 정권의 대이란 정책을 비판하며 “군사공격만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2019년에 대통령 보좌관 자격으로 트럼프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건의한 바 있다. 그 밖에도 베네수엘라의 정권 전복 기도,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감축협정(INF)폐기 등 볼턴은 다른 나라를 파괴하거나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정책을 주창해왔다. 

 미국의 대북정책에서도 볼턴의 강경노선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대에 체결된 제네바 합의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 볼턴은 합의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활동을 완전히 중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을 빌미로 부시 정권 하에서 합의 파기를 주도했다. 그 결과 북한은 핵개발을 재개해 현재의 핵보유로 이어지고 있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볼턴은 하노이 회담에서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해 단계적 비핵화에 북한과 합의하려던 비건 등의 움직임을 막기위해 동분서주했고, 그 결과 북미 협상은 현재의 교착상태에 이르렀다. 하노이 회담 약 보름 뒤, 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회담에서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이 핵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다’는 내용을 더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축성있는 립장을 취하였지만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들 간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하였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였다”고 밝히며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또 “우리는 미국과 그 어떤 타협도 할 생각이 없으며 이번과 같은 협상은 더더욱 할 의욕도 계획도 없다”고 결론짓기에 이르렀다[주8]. 최선희가 말한 ‘현실적인 제안’에 대해서는 리용호 외무상이 하노이 회담 직후 긴급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 핵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주9]. 한편 뉴욕타임스는 하노이 회담에서 ‘볼턴과 폼페이오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뻔히 알고 트럼프에게 모든 핵시설의 폐기를 요구하라고 건의했다’고 전했는데[주10], 볼턴의 이번 저서는 위의 북측 증언이나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뒷받침하는 하는 것이다. 

 즉, 볼턴 등의 강경파는 이란 핵합의나 INF전폐 조약과 같이 싱가포르 합의 그 자체를 묻어버리려고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합의는 트럼프의 공사(公私) 혼동의 예가 아니다. 트럼프의 최우선 사항이 대통령 재선이든 아니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북미 두 정상이 무엇을 합의했는지, 그 합의가 앞으로 미국과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 사람들의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여부이다. 

 그런 점에서 볼턴이 어떻게 혹평을 하든 싱가포르 합의는 획기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70년 가까이 전쟁 상태에 있던 두 나라 정상이 처음으로 화해를 위해 회담을 했다는 회담 자체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먼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베일에 싸인 나라의 젊은 지도자가 막 외교 데뷔를 마치고 세계의 주시 속에 tv에 등장해 보통 사람의 표정을 보인 것은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합의된 공동성명의 내용은 기대에 걸맞는 요점을 파악한 것이다. 양국은 미래를 향한 두가지의 기본적 합의를 했다.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할 것’,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 그 출발점으로 ‘트럼프는 북한에 안전을 보장할 것을 확언하였으며 김정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주11].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이런 내용은 북미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한 어느 정권에나 기초가 되는 것이며 구체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합의이다. 
미국에서는 클린턴 정부가 달성한 합의를 다음 정권인 부시 행정부가 파기한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 이번 11월 선거에서 승리한 차기 정권이 또 다시 저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이후 북한은 2019년 말을 시한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기다렸다. 또 경제제재가 계속될 것을 전제로 경제의 자력갱생을 추구하는 험난한 길을 걷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 사람들의 삶은 한층 더 고달프고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상태 그대로의 미국과 합의는 거부하면서도 비핵화 합의의 창은 닫지 않고 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7월 10일, 연내에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주12].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상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마에카와 하지메,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주1 John Bolton. The Room Where It Happened. Simon & Schuster、2020. 106p.
주2 위의 책、110p.
주3 위의 책、324p.
주4 위의 책、78p.
주5 위의 책、79p.
주6 위의 책、322p.
주7 John Bolton, “To Stop Iran’s Bomb, Bomb Iran”, The New York Times, 2015.03.26
주8  “[전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3월 15일 평양 회견 발언문”, NEWSIS, 2019.3.15
최선희 발언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중앙본부’ 국제통일국 통신 No.766(2019.03.26)에 일본어 번역되어있습니다. 
주9 리용호 외상 기자회견, 한겨레, 2019.03.01
주10 David E. Sanger and Edward Wong, “How the Trump-Kim Summit Failed: Big Threats, Big Egos, Bad Bets,” The New York Times, 2019.03.02
주11 싱가포르북미정상공동성명, 2018.06.12
주12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0.08.10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날짜로 검색.


감시 보고 No. 32

감시 보고 No. 32 2021년 6월 12일 NPO 법인 피스데포 <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 발행  Tel.: +81 045(563)5101, Fax: +81 045(563)9907, Email: office@peacedep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