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8, 2019

감시 보고 No.18

감시 보고 No.18 2019 12 16

§동북아 비핵무기지대라는 틀로 싱가포르 합의의 실현을 지향하자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북미 협상은 10월 4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한 실무자 협의도 실패로 끝나고 여전히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2월에 예정되어 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해 일정 수준의 양보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며 미국 정부의 대화 요구를 거부하는 상태다[주1]. 북한 정부가 설정한 연말까지의 협상 기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대로 협의가 결렬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그러나 우리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작년 6월에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타개책으로써 북미 간의 틀이 아닌 다른 방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의 실현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 측에서 보면 그것은 북한 정부의 요구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 테다. 한국 전쟁에서 미국에 의해 국토가 전부 파괴되었고 여전히 미국과 전쟁 상태에 있는 북한 입장에서 핵무기 보유는 미국의 침략에 대한 억제력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부가 미국 정부에 반복해서 요구하고 있는 적대시 정책 철회는 비핵화의 조건으로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요구사항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군사적 압력이나 경제 제재 등의 대북 적대시 정책은 북한이 비핵화를 실현한 후에 해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올해 2월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 회담에서 미국 정부가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북한에 모든 핵시설을 해체할 것을 요구했던 것처럼 트럼프 정권은 제재 완화를 암시하기는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령 미국의 침략에 대한 억제력으로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해도, 미국은 유엔제재 결의를 통해 그것이 국제 안보상의 위협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논리로 보자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할 수 없으며, 북한을 가상 적국으로 보기에 군사력을 해제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 된다.

 어느 쪽의 입장에 일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쌍방이 억제력과 안전보장을 이유로 양보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합의의 실현은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다행히도 전 세계에는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존재한다. 그것은 비핵무기지대라는 안전보장 체제다.

비핵무기지대란 조약에 의해 지역 내의 핵무기 개발, 제조, 취득, 소유, 저장 등을 금지함과 동시에 핵보유국이 지역 내에서 핵무기에 의한 공격 및 위협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미 중남미(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핵무기금지조약, 1968년 발효)나 남태평양(남태평양 비핵지대조약, 1986년 발효) 등 다섯 개의 비핵무기지대가 존재하며 비핵을 기초로 한 안전보장의 틀로서 기능하고 있다.

비핵화의 대상을 싱가포르 합의와 같이 한반도로 한정하지 않고 동북아로 확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확실히 실현하고 평화를 유지해 나가는 데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①싱가포르에서 북미가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국의 핵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대체할 조치로써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핵으로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을 것을 보장할 필요가 있음.
②주한미군의 기능이 주일미군으로 옮겨져 유지되는 일이 있다면 북한의 안전보장은 충분히 담보할 수 없음.

또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검증 제도가 수반된 기존의 비핵무기지대를 모델로 삼는다면 일본 정부 등이 고집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실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존재하는 동북아에서 정말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보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단히 방자한 발상이라고 말해야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같은 동북아 국가 중에 일국 지위로 비핵무기지대를 선언하고 국내법으로 비핵화를 의무화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 안전보장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몽골은 1998년 유엔총회에서 ‘비핵무기지위’를 인정받은 후 유엔총회에서 매년 ‘비핵무기지위’를 확인함으로써 비동맹국으로서 안전보장 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몽골의 경우는 복수의 국가로 이루어진 비핵무기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에 의한 법적 구속은 없지만, 유엔이 비핵무기지대라는 것을 인정하면 동북아에서도 대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군사비로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에는 동서의 냉전 구조가 남아 있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중국이나 북한 등 체제가 다른 국가를 적대시하고 안전보장을 대화 대신 ‘핵우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확보하려는 구식 사고방식에 묶여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동북아뿐만 아니라 서아시아나 동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미군과 그 동맹의 존재가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깨닫고 구식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북한 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최초의 공동선언인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2년)에서 ‘핵무기의 실험, 제조, 생산, 반입, 보유, 저장, 배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의했으며, 이 선언은 또한 북미 제네바 합의(1994년)나 6자회담 공동성명(2005년)에서도 그 이행을 지향할 것이 재확인되었다. 물론 북한은 그 후 핵무기를 보유한 셈이지만 일관하여 “미국의 핵 위협이 없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충족하는 비핵무기지대와 같은 형태의 비핵화의 실현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다.

과제는 미국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다. 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싶은 미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동북아에 반입할 수 있는 수단은 남겨놓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중거리핵전력(INF) 철폐 조약이 실효되자마자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치고 있는데[주2], 일본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데 가장 유효하다고 여겨지는 중동 비핵무기지대 설립을 미국 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주3] 비핵화와 지역의 평화보다 자국의 패권을 위한 전략을 우선하고 있는 게 미국이다.

사실은 전쟁 피폭국인 일본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동북아 비핵무기지대를 제안하고 아베 정권이 자랑하는 ‘굳건한 미·일 동맹’을 활용하여 트럼프 정권을 설득하는 것을 기대하고 싶다. 11월에 로마 교황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신조는 일본의 총리대신으로서 각국 대사와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실현을 향해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갈 사명을 가진 나라입니다. 이는 저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자 일본 정부의 확고한 방침입니다”[주4] 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그 ‘사명’을 다할 좋은 기회가 아닐까?

그러나 핵무기금지조약에 반대하고 있는 현 정권에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은 ‘굳건한 미·일 동맹’이지만 실태는 일본 정부의 분별 없는 대미 종속이다. 아베 신조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은 말뿐이며, 아베 정권이 자발적으로 동북아의 비핵화를 위해 리더십을 쥐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모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북한 정부가 설정한 협상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더는 ‘리더’에게 맡기는 일은 멈추고 시민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다. 동북아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그 운명을 맡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동북아의 평화를 추구하는 시민들이 동북아 비핵무기지대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큰 사회적 운동을 일으키고, 각국 정부를 향해 우리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공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가장 확실하게 사회를 움직이는 방법이다. 시민의 행동이 사회를 움직인 사례는 일일이 셀 수 없지만, 현재 세계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대정부 시위에 눈을 돌린다면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용기를 줄 만한 말을 하나 하고자 한다. 대기업을 위한 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항의해 선주민인 농가의 생활 향상이나 민주주의 등을 추구하여 봉기한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전선(EZLN)이 이주하는 구역의 입구 간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여기에서는 인민이 이끌고 정부가 따라오는 것이 원칙입니다.”[주5] (마에카와 하지메)


주1.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연기된 것에 대한 김영철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조선중앙통신 일본어판, 2019년 11월 18일) 및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빨리 행동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납시다!”라고 적은 트위터에 대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조선중앙통신 일본어판, 2019년 11월 18일) 등.
주2. ‘Secretary of Defense Esper Media Engagement En Route to Sydney, Australia’ (미국 국방성, 2019년 8월 2일)
https://www.defense.gov/Newsroom/Transcripts/Transcript/Article/1925072/secretary-of-defense-esper-media-engagement-en-route-to-sydney-australia/
주3. 미국은 서아시아에서 유일한 핵보유국인 이스라엘과 함께 올해 11월에 유엔에서 열린 중동비핵지대 창설을 위한 회의에 결석했다. 이란과 아랍 국가들은 중동비핵무기지대의 창설에 긍정적이지만 미국은 2012년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같은 회의에도 이스라엘과 함께 결석한 바 있다.
주4. ‘로마 교황 프란치스코와의 회담 등’ (수상관저, 2019년 11월 25일)
https://www.kantei.go.jp/jp/98_abe/actions/201911/25vatican.html
주5. ‘You are in Zapatista rebel territory. Here the people command and the government obeys’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Zapatista_Army_of_National_Liberation

Dec 20, 2019

감시 보고 No.17


감시 보고 No.17 2019 12 6


§일본과 전세계는 한반도에서 시작된 평화를 위한 역사적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2018년에 시작된 비핵화 평화를 향한 한반도의 변화는 2017년에 정점에 달했던 전쟁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역사적인 기회를 도출했다. 그러나 1 동안 진행되어온 북미 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기회가 위기에 처해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미국이새로운 계산법’으로 작년 싱가포르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제안을 2019 말까지 제출하도록 기한을 정해 요구해 왔다. 연말까지 1개월밖에 남았지만, 미국은 그에 대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잃게 된다. 또한 이는 일본 시민에게도 손실이 것이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기한
 2019 4 14,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1]을 통해 다음과 같이 연말이라는 기한을 언급했다. 다소 길지만,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자 한다.

“북미 사이에 뿌리 깊은 적대감이 존재하고 있는 조건에서 6.12 북미 공동성명을 이행하자면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 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미국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많이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정상회담이 재현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언급하는 바와 같이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 조건에서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 보면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 (저자 밑줄)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한 것과 같은 일방적인 요구가 아닌새로운 계산법’을 바탕으로 제안을 내놓을 것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 기한은 2019년 말이라는 것을 전하고 있다.    

새로운 계산법이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계산법이란 무엇일까? 북한의 언행에서 다음과 같이 추측해 볼 수 있다.

 2019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1주년에 맞춰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2]을 발표했다. 이때도 이 성명은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는데, 강조점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리(북한)가 핵무기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자국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자세에 대한 비판이었다. 즉 새로운 계산법은 서로가 의무를 다하는 상호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6 30일에 판문점에서 전격적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북미 간 실무자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실무자 협의에서새로운 계산법’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 기대되었다. 판문점 회담 직전과 직후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비공개 회담을 포함해 기자단에게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논의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3]. 비건과의 회담 중에 미 정권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이 아닌 작은 딜을 포함한 제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동결한다는 조건으로 대북 인도지원이나 연락사무소 설치에 의한 인적 교류 등을 촉진한다는 안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비공개로 논의되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1단계 조치로서 동결안이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4]. 이러한 경과를 볼 때, 미국은새로운 계산법’ 가운데 북한이 예전부터 주장해온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싱가포르 합의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내용을 담는 것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에 이런 이해가 존재한다면 그야말로 타당한 것이다.


 상호적’, ‘단계적이라는 요소 외에 북한의 새로운 계산법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모두에서 인용한 것과 같이 김정은의 시정 연설에 담긴 다음과 같은 인식이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과 ICBM 발사실험을 중지한다는 중대하고 의미 있는 조치를 자주적으로 강구했고 미군 유골 송환이라는 대통령의 요청에도 응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걸맞은 자주적인 조치를 단 하나도 강구하고 있지 않다. 핵실험 중지를 위해 미국이 한미합동훈련을 축소 및 연기한 것은 북한이 취한 조치에 비하면 너무나 가벼워 보인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보면, ‘새로운 계산법’이란 미국이 북한이 이미 취하고 있는 조치에 걸맞은상당한 조치’를 먼저 취하고, 그것을 기초로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해 상호적이고 단계적인 조치를 쌓아가는 방법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톡홀름 북미 실무자 협의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7월 중순으로 논의되던 북미 실무자 협의는 계속 미뤄지다가 105일에 스톡홀름에서 개최되었다. 2개월이나 늦어진 셈이다. 게다가 협의 준비를 위한 의견 교환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간에 한미군사훈련동맹 19-2’(실제로는 변경된 명칭)가 개최되거나 한국 공군이 미국에서 구입한 F35가 한국에 도착하는 등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있었다. 또한 북한은 일방적으로 다수의 단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하는 등 북미 그리고 남북 간에 쌍방의 관계가 악화하고 긴장이 늘었다.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자 협의에는 스티븐 비건과 북한 측 북미 교섭 대표로 선발된 김명길 순회 대사가 양측 대표로 참가했다. 회의는 8시간 반에 걸쳐 진행됐다[5]. 회의 직후에 북한은 본 회의가 결렬됐다고 하면서 미국은 새로운 제안도 없이 빈손으로 왔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은 곧바로 미국은 이번 협의에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많은 열매를 맺었다고 반론했다[6]. 그런데 다음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다시 한번 미국은 비난하면서 미국은 북미 대화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했으며 어떠한 준비도 없이 회의에 임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또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 불가역적으로 철회하기 위한 상당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 한이번과 같은 교섭을 할 생각은 없다며 협의 재개에 대한 엄격한 조건을 덧붙였다[7].

 이렇게 해서 실무자 협의는 실패했다.

 그 후의 경과로 봤을 때, 북한은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요구에서 적대시 정책의 명확한 철회에 대한 요구로 변경했다. ‘새로운 계산법이라는 실무적 협상의 성격을 배제하고 적대시 정책의 명확한 철회라는 정치적 협상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적대시 정책 철회로의 회귀
 적대시 정책의 철회는 오래전부터 북한의 대미 요구의 기본이었다.

 스톡홀름 회의 이후의 북미 관계는 연말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종래의 한미합동군사훈련(공군) 비질런트 에이스의 연기를 표명한 것에 대해 1118,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전 노동당 제1부위원장)은 연기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완전한 중지를 요구하고, 비핵화 협상에는 적대시 정책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철회’(저자 밑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8]. 트럼프 대통령이 1117일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빨리 행동해야 합니다. 협상을 끝냅시다.” “곧 만납시다.”라고 트위터에 남긴 것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당장 반응을 했다. “자기들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는 회의에 이제는 흥미 없다” “미국은 적대시 정책을 중지하는 대담한 결정을 하는 게 좋다”(저자 밑줄)고 발언했다[9].

또한 주목할 점은 김명길 순회대사가 자신의 협상 상대인 미국의 비건 대표의 행동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11 14, 김명길은 비건이 스웨덴 정부에 북미협상에 중개를 의뢰한 것에 대해협상 상대인 나에게 솔직하게 상담해야 한다”검토해야한 제안이 있다면 언제라도 만날 용의가 있다”제안할 내용도 없으면서 연말 기한을 넘기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이런 회의에 응할 의사가 없다”우리의 요구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미국측에 전했기 때문에 공은 미국의 손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강한 발언을 했다. [10].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짓조각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 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 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저자 밑줄)

 여기서는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의 종전 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등 초기 단계의 중간 조치로서 논의되었던 조치를 부차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적대시 정책 철회의 높은 우선순위를 강조하고 있다.

 이상에서 분명히 보는 바와 같이 스톡홀름 회의 이후에 북한의 요구는 적대시 정책 철회로 완전히 통일되어 있다. 사상 최강이라고 불리는 경제 제재가 적대시 정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서 암시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일본의 과제
 우리는 2018년에 북미 및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열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기회가 실패로 끝날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 놓여 있다. 1120일에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의 증언에서 비건 대표는 연말 기한은 북한이 마음대로 정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먼저 움직일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11]. 그러나 남북 관계의 악화까지 고려한다면 상황은 낙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 북미 협상의 실패는 전 세계의 커다란 손실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문제는 일본에도 당사자라고 말할 만한 문제다. 일본은 북한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관련하여 사죄나 배상을 마치지 않았다. 한반도 정세의 호전은 이 역사적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단서를 제공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일본 시민은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한일 간의 역사적 과제 해결을 위해 일본은 적극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막혀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 자국의 핵무기 의존 정책에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한 동북아 비핵무기지대의 설립을 제안하고 이 지역의 협조적 안전보장의 틀을 추구하는 방침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미 협상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 프로세스를 더욱더 넓은 틀에서 논의하도록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1 <조선중앙통신> ‘최고지도자 활동에서 발췌. 일자로 시정연설 검색 가능. (일본어판, 2019414) http://kcna.kp/kcna.user.home.retrieveHomeInfoList.kcmsf
2 유엔 문서 A/73/894–S/2019/466
3 비건 "동시적·병행적 진전 위해 北과 논의할 준비돼 있다" (연합뉴스, 2019 6 28) https://www.yna.co.kr/view/AKR20190628112951504
또한, 인터넷 언론 <AXIOS> (2019 7 3) (영문)
4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기자회견’(201979, 미 국무부 홈페이지)
5 모건 오테이거스 보도 성명: 대북 협의’(2019105, 미 국무부 홈페이지)
6 위와 동일.
7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19106). http://www.kcna.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8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191118). http://www.kcna.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9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191118). http://www.kcna.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10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191114). http://www.kcna.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11 <로이터 통신> (영문, 20191121).

감시 보고 No. 32

감시 보고 No. 32 2021년 6월 12일 NPO 법인 피스데포 <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 발행  Tel.: +81 045(563)5101, Fax: +81 045(563)9907, Email: office@peacedep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