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4, 2021

감시 보고 No. 32

감시 보고 No. 32 2021년 6월 12일


NPO 법인 피스데포 <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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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하루속히 신뢰구축을 위한 행동을 취할 차례다.

 오늘 6월 12일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 이후 3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지 첫 번째 기념일이기도 하다.

 그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4월 말로 확정됐다. 자세한 내용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조절된 현실적 접근’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주 1]. 정책 재검토 작업이 완료된 후인 5월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남북 간 및 북미 간의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구축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주2].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를 다짐하면서 미국도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고 나아가 양국이 새로운 북미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과거의 합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출발점으로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북미 양측 간 상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서로의 불신을 불식시키느냐가 중요하다. 2018년 이래의 경과로 볼 때, 북미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한 행동은 미국 정부가 먼저 취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행동이 늦으면 늦을수록 불신의 악순환이 재발할 위험이 늘어난다고 생각되므로 하루속히 미국의 행동이 요구된다.

 5월 21일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판문점 선언[주3]은 2018년 4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당시)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선언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휴전 상태에 있는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고 전쟁 당사국들에 의한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한 협의를 추진할 것, 적대 행위의 전면적 중단, 상호불가침 재확인 등에 합의했다. 또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주4]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이 합의한 문서로서, 우선 트럼프가 북한의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김정은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책무를 재확인하는 것을 전제했다. 두 정상은 이어 “새로운 북미 관계 확립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으로 확신하며 상호 신뢰 조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라며 신뢰 조성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 후, 다음의 4항목의 합의를 이뤘다. 즉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 ‘한반도의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회수 및 반환’의 네 가지다.

 제네바 합의(1994년)와 6자회담 공동성명(2005년) 등 그동안 북한이 합의한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한 주요 합의에도 공통되는 것이지만, 북한 정부는 북미 관계 개선과 대북 불가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북한의 안전이 담보되는 조건으로 핵 개발과 핵무기 포기에 합의해 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 실패 이후, 북한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은 미국 정부가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면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거듭 시사해 왔다[주5]. 바이든 정부가 북미 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한 과거 합의를 존중한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것과도 연결된다. 이 사실이 명확해지면 하노이 이후 정체된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70년이 넘는 오랜 적대관계인 북미 간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둘러싼 과거 협상 과정에서도 상호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상호 신뢰 조성’이 협상 촉진의 열쇠라면, 우선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태어난 2018년 이후의 역사를 근거로 하여 불신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아래 기술한 것처럼 그 경과를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미국이 우선 행동을 취해야 할 차례다.

 2018년 이후를 돌이켜보자. 
우선 4월 20일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국내 조치로서 중대 행동을 취했다. 신뢰 조성을 노린 일방적인 첫걸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북한 통치기구 중 실질적인 최고 결정기구라고 할 수 있는 당 중앙위원회 총회(제7기 3차 총회)에서 전당 및 국가의 모든 에너지를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집중한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내세운 뒤, 김정은은 다음날인 4월 21일에 핵실험 중단, ICBM 시험 발사 중지, 나아가 핵실험 중단을 뒷받침하기 위한 핵실험장 해체를 결정했다. 핵실험장 해체는 CNN 등 해외 언론을 초청해 5월 24일 세 개의 갱도를 폭파함으로써 이뤄졌다. 폭파 실태에 대한 전문가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회담 후인 10월 7일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때 김정은은 전문가를 핵실험장으로 초청해 현지 검증을 하도록 제안했다.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가 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하지 않는 조치의 증거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시설을 해체할 뜻을 밝혔다. 이러한 의향은 9월 19일 남북 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로켓 발사대를 관계국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명기함으로써 재확인되었다[주6]. 또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미군의 유해 회수와 반환에 관해서 북한은 정전협정 25주년이 되는 7월 27일에 이미 회수된 유해 55구를 반환했다.

 더욱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은 미국이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는 등 추가 조치를 강구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혀 미국 측의 의사가 있으면 신뢰 구축 조치의 추가에 응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북한은 적극적인 신뢰 조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했으며 계속된 추가 조처를 하면서 신뢰를 쌓자는 제안도 해 왔다.

 그에 대해 미국은 신뢰 조성을 위해서 무엇을 해 왔을까? 미국이 취한 행동은 트럼프가 약속한 대형 한미연합훈련의 연기와 축소뿐이었다. 이와 같은 경과를 고려한다면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해 새로운 북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북한의 행동에 걸맞은 신뢰 구축 행동을 할 차례임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 방침을 보여 회담이 무산된 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없는 한 북미 협상이 결실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상대에게 신뢰를 쌓을 의사가 없는 것은 대북 적대시 정책에 변경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의 이러한 ‘포기 상태’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신뢰 조성 회복의 첫걸음으로서 지금 취해야 할 행동을 생각하기 위해서 이 경과를 되돌아본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2019년 이내에 새로운 계산법에 따른 제안을 갖고 협상에 임하도록 기한을 정하고 미국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리고 미국의 회답이 없는 상태에서 연말에 4일에 걸친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총회를 개최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주7].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내걸고 빈둥거리며 자신의 정치·외교적 이익을 도모하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해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하고 약화하는 것이다.”
 “핵 문제는 아니더라도 미국은 다른 무언가를 겨냥해 우리에게 손을 댈 것이고 미국의 군사 및 정치적 위협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말한 다음,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는 영원히 있을 수 없다. (중략)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확고한 평화 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필요불가결한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할 것이다. (후략)”

 즉, 비핵화의 요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강조되고 있다. 약 1년 후인 올해 1월에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도 계속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비판받았는데, 그때는 정책 철회를 ‘새로운 북미 관계의 요점’이라고 지적했다[주8]. 
 “미국에서 누가 권좌에 오르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북정책의 본심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관건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으며, 앞으로도 힘 대 힘, 선의 대 선의의 원칙에 따라 미국을 대할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북한 정부 접촉 시도에 대해 2021년 3월 17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어떠한 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힘에는 힘, 선의에는 선의의 원칙에 따라 미국을 대하겠다”라는 북한의 방침을 재확인했다.[주9]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이처럼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정조준해 대미 관계를 논하고 행동해 왔다.

 적대시 정책이 무엇이며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온 최근의 경과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란 북미 상호 간의 불신을 불식하고 신뢰를 양성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미국의 일방적 정책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고 적대시 정책의 실체를 한 번에 철회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철회의 신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행동을 취해야 할 순서에 있는 미국의 바이든 정권은 우선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의도와 신뢰 양성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는 그다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2000년 10월에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북미 양국 정부는 서로 적의를 품지 않을 것을 선언한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재확인하면 된다.

 “...양국은 양국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방침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중요한 첫걸음으로서 양국은 어느 쪽 정부도 상대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과거의 적의로부터 자유로워진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서약했다.”[주10]

 게다가 바이든 정부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한국전쟁 종전 선언, 평양에 미국 연락 사무소 설치, 제재 완화 등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

 미국은 이러한 행동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는 북미 상호 불신과 적대 관계가 지속하는 가운데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비록 정전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지만, 한국전쟁은 공식적으로는 종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한미도 북한도 군사훈련, 군비 증강 및 근대화를 정당화할 이유가 충분하다. 8월에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국회에서의 집권 여당과 국민 여론에 대한 대응이라는 위험도 안고 있다. 염려되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의 행동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신의 악순환이 재발할 위험은 커질 것이다. 조속한 미국의 행동이 요구되고 있어 바이든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 (마에카와 하지메,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주1 미 대통령 관저(백악관), “Press Gaggle by Press Secretary Jen Psaki Aboard Air Force One En Route Philadelphia, PA”, 2021년 4월 30일.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press-briefings/2021/04/30/press-gaggle-by-press-secretary-jen-psaki-aboard-air-force-one-en-route-philadelphia-pa/
주2 한미 정상 공동성명(2021년 5월 21일).
https://www.yna.co.kr/view/AKR20210522035500001
주3 판문점 선언(2018년 4월 27일).
https://www.koreasummit.kr/Policy/Reference/7 
주4 싱가포르 북미 정상공동성명(2018년 6월 12일).
https://www.krhana.org/data/document/page/1/post/256?
주5  예를 들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총회가 개최됐다’ (Report on 5th Plenary Meeting of 7th C.C., WPK”,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0년 1월 1일) 또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담화’(Press Statement by Kim Yo Jong, First Vice Department Director of Central Committee of Workers' Party of Korea”,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0년 7월 10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6 9월 평양공동선언(2018년 9월 19일)
https://www.mofa.go.kr/www/brd/m_3973/view.do?seq=367940&srchFr=&amp%3bsrchTo=&amp%3bsrchWord=&amp%3bsrchTp=&amp%3bmulti_itm_seq=0&amp%3bitm_seq_1=0&amp%3bitm_seq_2=0&amp%3bcompany_cd=&amp%3bcompany_nm=&page=1
주7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총회가 개최됐다.’ (Report on 5th Plenary Meeting of 7th C.C. WPK”,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0년 1월 1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8 “Great Programme for Struggle Leading Korean-style Socialist Construction to Fresh Victory”,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1년 1월 9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9 ‘최선희 외무 제1차관이 담화를 발표’ (Statement of First Vice Foreign Minister of DPRK,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21년 3월18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10 북미 공동코뮈니케 (2000년 10월 12일).
https://1997-2001.state.gov/regions/eap/001012_usdprk_jointcom.html

Jun 7, 2021

감시 보고 No. 31

 감시 보고 No. 31 2021년 4월 26일


NPO 법인 피스데포 <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 발행

 Tel.: +81 045(563)5101, Fax: +81 045(563)9907, Email: office@peacedepot.org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관한 일본 및 한국과의 협의에서 각국의 주체적인 동북아 지역 비전이 요구되고 있다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정부가 발족했다. 현재로서 발족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바이든 정부는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안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북미 관계의 확립과 영구적인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약속했던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의 싱가포르 합의 내용을 향후 북미 협상의 기초로서 계승할지 여부를 모르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북한 문제를 중시하고 있으며, 무시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관여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정책 방침의 선택에서는 한일 양국 정부와 협의해 나가려는 방침이라는 사실을 그 후 발언이나 발표 문서 등에서 엿볼 수 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월 1일에 방영된 MSNBC 방송 프로그램에서 북한 핵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악화되어 온 문제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라고 민주당과 공화당을 넘어서 지금까지의 미 정부 외교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책을 취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재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고 말했다[주1]. 또한, 그것을 동맹국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표명하고 있다. 블링컨은 1월 19일에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동맹국과 파트너국 특히 한국 및 일본 등과 긴밀하게 상담하고 모든 선택지를 조사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주2]. 사실 2월 10일 한미일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국장급 협의를 온라인으로 갖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및 일본과의 협의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기본자세는 언뜻 당연한 듯 보인다. 그러나 협의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다지 명백하지 않다. 현실적인 문제로서 한국과 일본 현 정권의 대북 정책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2018년에 도래한 비핵화와 평화로 향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선수로서의 주체성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2018년 이후 일어난 변화의 틀림없이 중요한 당사자인 가운데, 미국 신정부가 일본과 한국 양 정부와 연계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게 바로 이번 호의 관심사다. 


미 정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8년 이래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새로운 진전에 크게 공헌해 왔다. 특히 문 대통령에게는 1953년부터 지속된 정전체제 대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게 부동의 목표였다.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얻어낸 싱가포르 합의를 향후 북미대화의 출발점으로 삼길 바라고 있다. 2021년 1월 1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신행정부의 출범으로 북미 대화, 그리고 남북 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루었던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주3].


 게다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1월 20일, 문 대통령은 2018년에 특사로서 북한을 방문하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한 정의용을 새 외교부장관으로 임명했다.


 3월 18일, 한미 외교 국방 장관 회의 ‘2+2’ 후에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의용은 기자들로부터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해 “싱가포르 합의는 우리 정부가 볼 때는 앞으로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비핵화 문제 해결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들을 확인한 것”[주4]이라고 답함으로써 미 국무장관이 동석한 자리에서 미국에 대한 요청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피하면서 동시에 싱가포르 합의의 본질적인 중요성을 강조했다.


속수무책인 일본 정부

 일본 정부는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방향성은 바르다고 평가했지만[주5] 실제로는 유엔안보리의 제재 압력이 계속되는 것을 중시하고 ‘핵무기 포기가 우선이고 제재 해제는 다음 문제’라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볼턴의 회고록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가 싱가포르 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믿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북미회담의 진전을 방해했다고 한다[주6].


 2020년 9월에 발족한 스가 정권에서도 이러한 제재 일변도의 자세는 여전하다[주7]. 1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는 ‘북일 평양 선언에 기초하여 납치와 핵미사일 제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서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겠다’고 말하고 기존의 생각을 반복했다[주8]. 바이든 정권 발족 후에 일본 정부의 자세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도 틀림없다. 3월 16일 미일 안전보장 협의위원회(2+2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테기 외무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 유엔안보리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일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미일 및 한미일 3국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으나 이 내용은 여전히 종래와 같은 내용을 반복한 것이다[주9].


 실제로는 일본 정부가 이러한 공적인 정책 표명 배후에서 더 심도 있는 퇴행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1월 22일, 자민당 외교부회에서 외무성 간부는 “일본은 단계적 접근법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바이든 정권에 대한) 활동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었다[주10]. 이 발언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제재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북한이 제재에 굴복해 단번에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일본 정부의 목표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일부 보도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단계적인 북한 비핵화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자 그 같은 방침에 저항할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른바 리비아 방식으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과거 비핵화 협상의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채 아직도 압력 효과라는 환상을 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 30일, 일본 정부는 4월에 기한이 만료되는 일본의 대북 독자 제재를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주11].


‘2+2’ 협의에 나타난 곤란

 이처럼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현 대북정책에 큰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기초로 북미 협상의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대북 적대시에 가까운 정책을 유지하며 압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한일 양자와의 협의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예상되는 바이든 정권이 직면할 어려움은 당장 한미, 미일의 ‘2+2’ 공동문서에 나타나고 있다.


 ‘2+2’ 회담(3월 18일, 서울)이 잇따라 열렸고 각기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거기에는 당연히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다. 두 개의 ‘2+2’ 공동성명은 북한 문제에 대해 현저하게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일 공동성명에 있어서 양국은 북한을 자극하는 적대적이라고도 할 만한 표현을 사용했다. 미일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의 군비(arsenal)가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는 문구는 지극히 도발적이다. 핵무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모든 군비를 국제적인 위협이라고 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과격한 표현이다. 또한 미일 공동성명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주12] 이는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 선언이나 북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것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해 온 민감한 문제를 무시한 문구를 굳이 사용한 것이다.


 반면 한미 공동성명은 한국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미의 공통된 사실 인식을 전제로 하면서 북한에 대한 배려를 담은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고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가 최대의 우선 과제’라며 ‘문제를 과제로 삼는다’라는 표현에 그쳤을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피했다. 즉 ‘미국 측은 한국의 방위와 모든 범위의 능력을 이용한 확장억제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확장억제 내용에 있어서 핵무기 요소를 명기하는 것을 피했다[주13]. 참고로 이틀 전 미일 공동성명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범위의 능력’이라면서 핵무기를 명기했다. 또한, 작년 10월 미 국방장관과 한국 국방부 장관의 공동성명[주14]에서도 핵무기를 명기하고 확장억제력의 요소를 언급하여 사용했다. 이번에 ‘핵’이라는 글자를 뺀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미 관계의 좋은 시작을 바라는 한국 측의 의향이 작용한 것일 터이다.


한미일 협의의 의미

 두 공동성명에 나타나 있듯이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의할 경우 일본과 한국이 미칠 영향의 방향은 거의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이든 정부에 의한 대북정책 재검토가 상술한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지향[주15]한다면 적어도 북한을 계속해서 관여하게 하는 방향으로의 검토가 필요하므로 장기적인 이행 일정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해결은 상정할 수 없다. 그러한 노력과 관련한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서 현재 일본 정부가 이루어 낼 수 있는 공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긴장을 높여 정세를 악화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한편, 한국은 2018년 판문점 선언의 실현이라는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은 말하자면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의 일부 독립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의 협의에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여는 매우 클 것이다.


 이 국면은 1999년 윌리엄 페리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전 국방장관)의 정책 재검토 국면을 떠올리게 한다. 페리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른 KEDO(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 프로세스를 계속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포괄적 정책 검토에 대한 클린턴 대통령의 명을 받았다. 그때 페리는 일본과 한국과의 협의를 중시했다. 페리는 한일 양국이 전혀 다른 우려를 품고 있었다고 다음과 같이 회고록에서 서술하고 있다[주16].

“김대중 대통령은 나의 대북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인 햇볕 정책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고,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나의 정책 검토가 일본의 최대 관심사인 납치 문제를 무시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후략)”

그 후의 역사는 한국과의 협의가 정책 재검토에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주지만, 일본의 공헌은 그림자가 없다.


그러나 그런데도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에 대해 협의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자주 언급되는 한미일의 단결이 대북 협상 압력을 강화한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현재 드러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평가 대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일과의 양해에 따라 진행되는 것은 한국, 일본, 미국 각자가 한반도 문제에 지속해서 대응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말할 것도 없이 자국의 판문점 선언 이행 의무가 있고 미국과의 조율도 불가결하다. 일본 정부로서는 항상 미국의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 정부의 본심에 반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전되었을 때도 정부가 보수 세력을 납득시키는 재료가 된다. 그리고 나아가 여론이 현재 이상으로 정세 호전의 발목을 잡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정부가 억제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 바라건대 그것이 일본 정부가 현재의 무책을 극복하고 보다 주체적인 관여를 촉구하는 여론 형성의 전제적 토대가 될 것이다. 미 행정부에는 대북정책의 책정과 실행이 한국 전쟁 종결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정책 전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과제다. 이의 지속 가능한 해결에는 필연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지역적 시야에서의 대응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각자 나름의 사정을 안고 대중 관계를 추구해야 하는 일본과 한국이라는 동맹국과의 정책 조율은 필수다. 반대로 이 사실은 일본과 한국도 같은 지역적 시각을 갖고 대미 협상에 임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일 협의는 각각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의 비핵 평화에 관한 주체적 비전을 갖고 회담에 임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두브르 타츠로, 유아사 이치로,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주 1 ‘국무장관 앤서니 블링켄과 MSNBC 안드레아 미첼’, 미 국무부, 2021년 2월 1일.

https://www.state.gov/secretary-antony-j-blinken-with-andrea-mitchell-of-msnbc-andrea-mitchell-reports/  

주 2 ‘국무장관 후보 앤서니 블링켄의 지명 인준 청문회 증언’, PBS NEWSHOUR, 2021년 1월 19일.

https://www.pbs.org/newshour/politics/watch-live-senate-committee-on-foreign-relations-holds-confirmation-hearing-for-antony-blinken

주 3  ‘문 대통령 “북미 대화는 싱가포르 선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겨레, 2021년 1월 19일.

https://news.yahoo.co.jp/articles/19bc8a9aa39f40d084494ffa189240022c705518

주4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과 국무장관 앤서니 블링켄이 한미 외교방위 2+2 협의체 후 한국 협상 상대와 기자회견을 열다’, 미 국방성, 2021년 3월 18일.

https://www.defense.gov/Newsroom/Transcripts/Transcript/Article/2541299/secretary-of-defense-lloyd-j-austin-iii-and-secretary-of-state-antony-blinken-c/  

주 5 ‘북한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한 한걸음과 지지’ 아베 총리, NHK, 2018년 6월 12일.

https://www.nhk.or.jp/politics/articles/statement/5455.html

주 6 존 볼턴 ‘존 볼턴 회고록 - 트럼프 대통령과의 453일’ (아사히신문 출판, 2020년 10월 7일).

주7 최근 아베 및 스가 정권의 대북정책을 <감시보고 No.28>에서 논함. ‘‘조건 없는 정상 회담을 지향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수미일관된 정책 메시지와 평양선언의 바른 이해가 불가결하다’.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유아사 이치로, 2021년 1월 13일.

주8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스가 내각총리대신 기자회견’, 총리 관저, 2021년 1월 13일.

http://www.kantei.go.jp/jp/99_suga/statement/2021/0113kaiken.html

주9 ‘미일 안전 보장 협의 위원회(2+2) 공동 기자회견’, 외무성, 2021년 3월 16일.

https://www.mofa.go.jp/mofaj/na/st/page3_003036.html 

주 10 ‘일본, 단계적 비핵화를 경계. 미국 신정권의 대북정책’, 산케이신문, 2021년 1월 22일. 

https://www.sankei.com/politics/news/210122/plt2101220031-n1.html

주 11 ‘북한에 대한 일본의 독자적인 제재 2년간 연장으로’, NHK, 2021년 3월 30일.  

https://www3.nhk.or.jp/news/html/20210330/k10012944431000.html

주 12 ‘미일 공동 기자회견 성명’, 미 국무부, 2021년 3월 16일.

https://www.state.gov/u-s-japan-joint-press-statement/

주 13 ‘2021 한미 외교 방위 ‘2+2’ 공동성명’, 미 국무부, 2021년 3월 18일. 

https://www.state.gov/joint-statement-of-the-2021-republic-of-korea-united-states-foreign-and-defense-ministerial-meeting-22/

주14 ‘제52차 한미 안보 협의 회의 공동 코뮈니케’, 미 국방성, 2020년 10월 14일.

https://www.defense.gov/Newsroom/Releases/Release/Article/2381879/joint-communique-of-the-52nd-us-republic-of-korea-security-consultative-meeting/

주 15 주 1과 동일.

주16 William J. Perry, “My Journey at the Nuclear Brink”, Stanford University Press, 2015.


Apr 21, 2021

감시 보고 No. 30

 감시 보고 No. 30 2021년 3월 23일


NPO 법인 피스데포 &lt;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gt; 발행

Tel.: +81 045(563)5101, Fax: +81 045(563)9907, Email: office@peacedepot.org

§노동당 제8차 대회 이후에도 북한의 비핵화 정책과 대미 협상 자세는 변함 없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오바마 정권 발족과 바이든 정권 발족 시의 북미 관계에는 유사성이 있다.

오바마 정권 때는 미국의 졸속한 검증 요구로 인해 6자회담이 정체돼 있었기에 이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했다면, 바이든 정권 때는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의 이행이 미국의

졸속한 빅딜 요구로 인해 정체된 상태여서 앞으로 어떻게 접근할지가 주목된다. 물론 ‘트럼프

퍼스트’라고 불리는 전 대통령의 이기적이고 쇼맨십 강한 외교 협상 방식으로부터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최근 수년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는 이 두 가지 점에 있어

두 정권이 발족할 당시의 국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미 정책의 현 상태를 정리해 놓는 일은 중요하다. 단적으로 말해서

1월에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①2018년 북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상호 합의한 내용에

대한 평가에 변화가 있었는지 ②공동성명 이행과 관련해 미국에 적대시 정책을 탈피한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2019년 이후, 대미 요구 사항에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정리가 요구된다.

2021년 1월 5일부터 12일에 걸쳐 조선노동당 대회가 5년 만에 개회되었다고 보도된 것처럼

김정은 총서기는 연설에서 미국을 ‘최대의 적’이라고 부르면서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북한에 비핵화 의사가 없다거나 대미 대결 노선이 부활했다고 결론짓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따라서 당대회에서 발표된 정책과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동당 대회의 중심 과제는 경제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당대회의 중심 과제가 지난 노동당 대회에서 내세웠던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2016년)을 총괄하고 사회주의 건설 달성을 위한 향후 5년간의 경제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2020년은 자연재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경제 제재라는

삼중고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해였던 만큼 이번 노동당 대회는 이 어려움을 새로운

노선에 의해 극복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당대회 개회사에서 김정은은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은 작년에 끝났지만 거의 모든 부문이

제시한 목표를 심하게 달성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실패를 고했다[주1]. 뒤에서 밝히겠지만, 이번

당대회의 핵심이었던 아홉 시간에 달하는 김정은의 보고에서도 사회주의 건설을 전진시키기

위한 경제 전략에 중점이 놓였다. 대회 마지막 날에 발표한 맺음말에서는 “사회주의 경제 건설은

오늘 우리가 총력을 집중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혁명 과제입니다.”라며 격문을 띄웠다[주2].


더욱이 당대회를 마무리 지은 슬로건은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이었다[주3]. 이 역시

자력갱생으로 인민 생활 향상을 지향한다고 하는 경제 건설의 기치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처럼 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 발전에 대한 도전이라는 기조로 일관했다.

김정은의 긴 보고 연설에서 경제와 관련된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김정은은 경제

발전이 지체된 외적 요인으로서 ‘미국과 적대 세력이 강행한 최악의 야만적 제재 및 봉쇄 책동’과

‘매년 피해를 주는 심각한 자연재해와 작년에 발생한 세계적 보건 위기의 장기화’를 들고 있다.

그러나 경제 실패에 대한 반성 내지 비판의 눈은 당 내부로 돌렸다. “객관적 조건을 핑계 삼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주체의 작용과 역할이 필요 없어져 불리한 외적 요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혁명 투쟁과 건설 산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당 중앙위원회가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을 과학적인 견적과 근거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작성하지 않아 실제로

과학 기술이 국가의 경제 활동을 견인하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고, 불합리한 경제 활동 체계와

질서를 정비 및 보강하기 위한 활동이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라며 정치적 책임을 주된

요인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교훈에서 도출된 개혁에 대한 &#39;과학적인&#39; 구체성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향후

5년간의 경제 계획에는 내각이 경제 관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과학 기술로 생산력을

근대화하고, 원료와 재료의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경제 발전의

주안점에 힘을 집중해서 인민 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인민의 생활을 향상할 수 있는 견고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상정한 5개년 계획을 설명할 때는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테마로 삼으면서 금속공업 부문, 화학공업 부문, 농업 부문, 경공업 부문 등 각 경제 분야의

과제와 전략을 제시했다.

경제의 ‘정면돌파전’ 지속

이러한 입론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경제 전략을 달성하지 못한 요인의 하나로서 적대 세력에

의한 경제 제재를 든다고 해서 북한이 외부 환경 개선을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해 핵무기를 포기하자는 생각으로 이어질 일은 없다. 그와는 반대로 경제 제재의

지속이 전제된 자력갱생 노선이 한층 더 강조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끝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경제 발전을 달성하려는 것으로서 2020년 한 해 동안

실시한 ‘정면돌파전’의 지속이라고 말 할 수 있다[주4].

김정은은 보고 중에 상황의 개선을 굴복이 아닌 외교전에 승리함으로써 달성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외교 전략에서는 미국을 이기는 것을 강조하면서 ‘반제국주의 자주 세력’과의

연대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세력과의 경제 협력에서 활로를

도출하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의 자주권을 침략하려고 하는 적대 세력의 책동을 분쇄하고 우리 나라의 정상적인

발전권을 지키기 위한 외교전을 공세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대외정치 활동을 조선 혁명 발전의

주된 장애물이자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지향해 나가야

한다.” “미국에서 누가 권좌에 앉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대외활동 부문에서 대미 전략을 책략적으로 수립하여 반 제국 자주 세력과의 연대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간다. (후략)” [주5]

경제 발전에 집중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전쟁 억제력’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무기 개발에 관한 언급은 많지 않았으나, 미국과 한국의 전력 강화에

대한 지적과 북한의 신 전력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반복해서 기술한 점이 특징이다. 노동당

대회에서 표명된 이 같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관련 보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에 집중하는 것을 담보하기 위한 전쟁 억제력’이라는 사고가 답습되고 있다는

측면이다. 이는 2017년의 핵전력 완성으로부터 경제 비약으로 향한다는 논리[주6]와 2018년의


핵전력 완성을 바탕으로 경제에 전념한다는 논리[주7]로 기술되어 온 것으로서, 작년의

‘정면돌파전’ 연설[주8]이나 가을 유엔총회에서의 김성 유엔 대사의 연설[주9]에서도 사용되었다.

이번 보고에서도 “현실은 국가방위력을 잠시도 정체하지 않고 강화하는 것만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주10]고

밝히고 있다.

이를 강조하는 논리로서 김정은은 적대 세력의 군사력 증강 현실을 강조하면서 그에 걸맞게

자국의 전쟁 억제력을 증강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우리 나라를 겨냥한 적의 첨단무기가 느는

것을 목전에 두고도 자신의 힘을 끊임없이 기르지 않고 평온 무사하게 지내는 것보다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일은 없다.”, “미국과 적대 세력의 무분별한 군비 증강으로 국제적인 힘의 균형이

파괴되고 있다.”라고 말함과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는 “하이테크 군사 장비의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은 중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11]

둘째 측면은 구체적인 군사력 증강에 대한 인상을 심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여론에 북한의 핵전력 강화가 방치할 수 없는 위협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신정권에 대한 협상을 촉진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대회 보고에서 2017년까지 완료한 수소폭탄의 보유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5호’의 시험 발사 성공을 ‘대 사변’이라고 평가하고, “우리 나라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부상시켜 모든 강대국이 우리 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제멋대로 흥정하려고 했던

시대를 영원히 끝냈다.”며 자찬했다. 또한 과거 5년간의 핵무기 개발 실적으로서, 다탄두 개별

유도(MIRV)의 기술 개발이 최종 단계에 있다는 것,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극초음속 활공비행

탄두 등 신형 탄두가 시험 제작 단계에 있다는 것, 원자력 잠수함의 설계 및 연구가 최종 검사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 등 세부적인 성과를 자랑했다[주12]. 그리고 향후 핵전력 강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조선반도 지역에서의 군사적 위협은 필연적으로 핵 위협으로 직결된다”[주13]는

분석을 하고, 전술핵무기의 개발 강화와 초대형 핵탄두 생산의 지속과 명중 정확도 향상이라는

전술과 전략 양면을 내세웠다. 또한 개발 중인 상기 제반 기술의 추진을 다시 한번 열거함과

동시에 인공위성이나 무인정찰기에 의한 ‘정찰 정보 수집 능력’ 확보를 언급하고 군사력 전반의

하이테크화 방침을 설명했다.

지나치게 자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거한 전쟁 억제력 강화에 대한 보고는 상술한 것처럼

대미 외교 메시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싱가포르 합의의 계승

이처럼 공공연하게 핵전력 강화가 진행된다고 한다면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던

싱가포르 합의는 무효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이 의문을 생각하는 전제로서, 전쟁 억제력 강화가 언제나 외교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김정은의

기본적인 사고에 우선 주목해 보자. 김정은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그 성과를 보장하는 위력적인

수단이 된다.” [주14] 즉, 그의 머릿속에 항상 외교가 존재한다는 말이며 이게 의미하는 바는 크다.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적대적인

북미 관계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양국 정상의 직접 회담에서 당 중앙은 강한 독립 원칙을 가지고

새로운 북미 관계의 확립을 확약하는 공동선언을 성립시켰다[주15]. 여기서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북미 관계의 확립’이라는 문구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사용한 용어와 같다. 이어지는

말에서 ‘초강대국과 대등한 전략적 지위를 세계에 과시했다’고 자만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이라는 공동성명의 내용을 성과로 본다는 점이 갖는 의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김정은의 보고에서는 비핵화 등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비핵화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 계속 요구했던 ‘적대시 정책 철회’와 그로부터

도출되는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새로운 계산법’ 제시를 미국이 보여주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게

된 경과를 말해야만 한다. 그것은 북한에게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설명이 되고 만다. 이렇게

생각하면 공동성명의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핵 문제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공동선언의 그 외 중요한 합의 사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공동선언을 여전히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고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

한편, 남북 간에 합의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선언에 대해서는 한국이 불이행했다고

비난하면서 반복해서 남북 선언 이행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두 개의 남북 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기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사는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의 보고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북남 관계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하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절 중지하고

북남 선언을 신중히 받아들여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주16]

이상 말한 것처럼 노동당 제8차 대회를 마친 후에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이행하려는

북한의 의사에는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공동성명에 강조된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기구의 확립과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미국이 협상할 의사가 있다면 길은 열려있다.

김정은의 보고에도 다음과 같은 두 줄이 있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핵심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것에 있다.”

“앞으로도 힘에는 힘, 선의에는 선의라는 원칙에 따라 미국을 대할 것이다.”[주17]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마에카와 하지메)

주1 ‘김정은 동지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하신 개회사’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21년 1월

6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2 ‘김정은 총서기가 제8차 당대회에서 하신 맺는말’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21년 1월 13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3 주2와 동일.

주4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총회가 진행된다’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20년 1월

1일) http://www.kcna.co.jp/index-e.htm 에서 일자로 검색.

주5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하신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에 대해’, 제3장 ‘조국의 자주통일과

대외관계의 발전을 위해’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21년 1월 10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6 ‘김정은 당위원장의 신년사’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18년 1월 1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7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8 주4와 동일.

주9 김성 일반토론 연설

https://estatements.unmeetings.org/estatements/10.0010/20200929/azzQgcBAMYqv/WaUGJrE2AJv

T_en.pdf

주10 주5와 동일, 제2장 ‘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인 진전을 위해’

주11 주10과 동일.

주12 주5와 동일, 제1장 ‘총괄기관이 거둔 성과’

주13 주10과 동일.

주14 주10과 동일.

주15 주12와 동일.

주16 주5와 동일.




주17 주5와 동일.

Feb 17, 2021

감시 보고 No. 29 

 감시 보고 No. 29 2021년 2월 4일 

§개 일본 시민단체의 대정부 요청 - 핵무기 금지 조약이 발효된 지금이야말로 ‘핵우산’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북아비핵무기지대’ 구상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본 감시 프로젝트의 주도로 일본의 21개 시민단체가 2021년 2월 2일에 요청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요청서의 제출과 설명은 외무성을 창구로 해서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감시보고를 테마별로 분류해 정리한 책자 <감시보고집 2018.11~2021.1>이 동시에 일본 정부에 제출되었다. 이 책자는 아래 URL에서 읽어볼 수 있다. 

http://www.peacedepot.org/wp-content/uploads/2021/02/NEA-NWFZ-watch-reports.pdf

 요청서 본문과 요청 단체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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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내각총리대신 귀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대신 귀하



일본의 핵무기정책에 관한 요청서

핵무기 금지 조약이 발효된 지금이야말로 ‘핵우산’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북아비핵무기지대’ 구상의 진지한 검토를 요청합니다.


 전 세계의 감염자 수가 1억 명을 넘어선 코로나19 감염증은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력이 ‘인간의 안전보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함한 거액의 군사 예산을 삭감해 그것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다양한 예산으로 전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2021년 1월 22일, 피폭자를 비롯한 전 세계 시민의 염원이었던 핵무기 금지 조약(이하, TPNW)이 발효되었습니다. 핵무기는 말할 것도 없이 단 한 발로 무차별 대량 학살이 가능하며, 핵 공격에 핵으로 응수할 경우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무기입니다. TPNW 발효로 인해 이 무서운 무기가 국제법상 보유도 사용도 허락되지 않는 위법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핵무기의 비인도성과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세계에 확산함으로써, 앞으로 체결국 이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물며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을 경험한 ‘유일한 전쟁 피폭국’입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TPNW의 의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가입을 계속 거부해 오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일관되게 핵무기의 비인도성과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면서도 TPNW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이러한 모순은 앞으로 더욱 심한 추궁을 받게 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해소하고 일본이 TPNW에 가입하려면 조약이 제1조 e항에서 금지하는 ‘핵우산’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핵우산’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인 ‘동북아비핵무기지대’ 구상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다음과 같이 요청합니다. 


1. 곧장 실시할 수 있는 행동

 (1) 핵무기는 비인도적인 무기이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TPNW의 원칙에 지지를 표명한다

  일본 정부는 ‘핵무기금지조약이 내건 핵무기 폐기라고 하는 목표는 공유한다’라고 거듭해서 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회 질의에서 외무대신은 “유일한 전쟁피폭국으로서 핵의 비인도성을 어느 나라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하면서도 “핵무기금지조약과는 핵무기 폐기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라고 말함으로써 TPNW 가입을 부정해 왔습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자면, 일본 정부는 접근법은 다르지만 ‘핵무기는 비인도적인 무기이므로 금지해야 한다’라는TPNW의 기본적인 생각에는 반드시 동의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먼저 ‘TPNW를 원칙적으로 지지합니다’라는 알기 쉬운 메시지를 전 세계 시민에게 발표해야 합니다.


 (2) TPNW 체결국 회의에 옵서버로서 참가한다

 조약은 발효부터 1년 이내에 체결국 회의를 개최하기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체결국 회의에 옵서버로서 참가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일본 정부는 핵무기 폐기를 위해서 TPNW 추진파와 반대파의 ‘중간’ 역할을 맡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 역할을 하려면 추진파와 반대파 양쪽의 주장을 이해하고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일본이 TPNW 체결국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함으로써 TPNW 추진파와도 상호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은 중간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불가결한 전제입니다. 


2. 중장기적인 대책 – ‘핵우산’ 정책에서 벗어난다

 (1) 동북아의 안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삼엄한 안보 환경을 이유로 ‘핵우산’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TPNW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 환경을 삼엄하게 했거나 하고 있는 책임은 일본에도 있습니다. 일본은 전수방위정책에 반해 적 기지 공격 능력의 보유를 준비하거나 미군과 함께 멀리 남중국해에 자위대 함대를 파견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더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한반도에서 시작한 역사적인 긴장 완화의 호기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유엔안보리결의를 넘은 대북 독자 제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양호한 안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이 안보 환경의 개선을 위한 외교 노력을 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2) 2018년에 시작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의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바이든 정권에 북미협상 재개를 요청하고 이를 위해 먼저 바이든 정권에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승하도록 요구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미 정상 공동성명은 획기적인 합의 문서입니다. 거기에는 긴 적대의 역사를 넘어 양국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 고,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한다고 하는 여전히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이 합의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고, 미국이 안전보장을 제공한다고 하는 상호 약속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미국 신정부가 우선 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의 의의를 재확인하고, 이행을 위한 북미협상 재개와 관련해 새로운 주도권을 발휘하는 게 동북아의 비핵화와 긴장 완화에 지극히 중요합니다. 이는 다름 아닌 일본의 핵무기 의존을 경감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가 바이든 정권 발족을 기회로 삼아 미국 신정부에 이러한 요청을 할 것을 요구합니다. 


 (3) ‘핵우산’ 정책에서 벗어나고 TPNW 가입을 가능케 할 ‘동북아비핵무기지대’ 구상을 진지하게 검토한다  

 일본 정부는 일본이 받고 있는 핵무기 위협에 대해서 일본 자신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의 확장핵억지력(핵우산)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압도적 다수의 국가는 핵무장도 ‘핵우산’도 아닌 비핵무기지대조약의 체결이라고 하는 외교적 노력과 국제법의 힘으로 핵무기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들이 TPNW 추진의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동북아비핵무기지대를 설립하려고 노력함으로써 ‘핵우산’ 의존에서 벗어나 TPNW에 가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가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으로 시작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비핵 3원칙을 가진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전체의 비핵화를 제안한다면, ‘동북아비핵무기지대’ 조약을 향한 걸음에 큰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일본과 남북한 3개국이 비핵무기지대를 만들고 미국, 중국, 러시아 3개국이 이 지대에 핵무기 사용 및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검증을 수반한 ‘동북아비핵무기지대’ 조약이 실현된다면, ‘핵우산’은 필요 없게 되어 일본은 TPNW에 가입하고 피폭국에 걸맞게 핵무기 폐기를 위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이 발효된 지금이야말로 이와 같은 ‘동북아비핵무기지대’ 구상을 검토해 주라고 강력히 요청합니다. 


끝. 


2021년 2월 2일

NPO 법인 피스데포

한반도 비핵화 합의 이행・감시 프로젝트

아유스불교 국제 협력 네트워크

핵무기 폐기 지구시민집회 나가사키

핵무기 폐기를 목표로 하는 히로시마의 모임(HANWA)

원자력 자료 정보실(CNIC)

원수폭 금지 일본 국민회의

세계 종교인 평화회의(WCRP) 일본 위원회

세계연방운동협회(WFM)

한일민중연대 전국 네트워크

일본 가톨릭 정의와 평화 협의회

일본 기독교 협의회(NCC)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 위원회

일본기독교단 가나가와 교구 고토부키 지구 센터 

일본 반핵 법률가 협회

일본 복음루터교회 사회 위원회

일본 YWCA

반핵 의사 모임

피스보트

페민 여성 민주 클럽

무기 거래 반대 네트워크(NAJAT)

헌법개악 시민연락회


연락처 NPO법인 피스데포

 주소: 일본 요코하마시 고호쿠구 히요시혼쵸 1-30-27-4 

       1층 우)223-0062 

 전화: +81(0)45-563-5101 팩스: +81(0)45-563-9907 


감시 보고 No. 32

감시 보고 No. 32 2021년 6월 12일 NPO 법인 피스데포 <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 발행  Tel.: +81 045(563)5101, Fax: +81 045(563)9907, Email: office@peacedep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