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1, 2021

감시 보고 No. 30

 감시 보고 No. 30 2021년 3월 23일


NPO 법인 피스데포 <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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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제8차 대회 이후에도 북한의 비핵화 정책과 대미 협상 자세는 변함 없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오바마 정권 발족과 바이든 정권 발족 시의 북미 관계에는 유사성이 있다.

오바마 정권 때는 미국의 졸속한 검증 요구로 인해 6자회담이 정체돼 있었기에 이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했다면, 바이든 정권 때는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의 이행이 미국의

졸속한 빅딜 요구로 인해 정체된 상태여서 앞으로 어떻게 접근할지가 주목된다. 물론 ‘트럼프

퍼스트’라고 불리는 전 대통령의 이기적이고 쇼맨십 강한 외교 협상 방식으로부터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최근 수년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는 이 두 가지 점에 있어

두 정권이 발족할 당시의 국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미 정책의 현 상태를 정리해 놓는 일은 중요하다. 단적으로 말해서

1월에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①2018년 북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상호 합의한 내용에

대한 평가에 변화가 있었는지 ②공동성명 이행과 관련해 미국에 적대시 정책을 탈피한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2019년 이후, 대미 요구 사항에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정리가 요구된다.

2021년 1월 5일부터 12일에 걸쳐 조선노동당 대회가 5년 만에 개회되었다고 보도된 것처럼

김정은 총서기는 연설에서 미국을 ‘최대의 적’이라고 부르면서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북한에 비핵화 의사가 없다거나 대미 대결 노선이 부활했다고 결론짓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따라서 당대회에서 발표된 정책과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동당 대회의 중심 과제는 경제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당대회의 중심 과제가 지난 노동당 대회에서 내세웠던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2016년)을 총괄하고 사회주의 건설 달성을 위한 향후 5년간의 경제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2020년은 자연재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경제 제재라는

삼중고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해였던 만큼 이번 노동당 대회는 이 어려움을 새로운

노선에 의해 극복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당대회 개회사에서 김정은은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은 작년에 끝났지만 거의 모든 부문이

제시한 목표를 심하게 달성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실패를 고했다[주1]. 뒤에서 밝히겠지만, 이번

당대회의 핵심이었던 아홉 시간에 달하는 김정은의 보고에서도 사회주의 건설을 전진시키기

위한 경제 전략에 중점이 놓였다. 대회 마지막 날에 발표한 맺음말에서는 “사회주의 경제 건설은

오늘 우리가 총력을 집중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혁명 과제입니다.”라며 격문을 띄웠다[주2].


더욱이 당대회를 마무리 지은 슬로건은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이었다[주3]. 이 역시

자력갱생으로 인민 생활 향상을 지향한다고 하는 경제 건설의 기치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처럼 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 발전에 대한 도전이라는 기조로 일관했다.

김정은의 긴 보고 연설에서 경제와 관련된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김정은은 경제

발전이 지체된 외적 요인으로서 ‘미국과 적대 세력이 강행한 최악의 야만적 제재 및 봉쇄 책동’과

‘매년 피해를 주는 심각한 자연재해와 작년에 발생한 세계적 보건 위기의 장기화’를 들고 있다.

그러나 경제 실패에 대한 반성 내지 비판의 눈은 당 내부로 돌렸다. “객관적 조건을 핑계 삼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주체의 작용과 역할이 필요 없어져 불리한 외적 요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혁명 투쟁과 건설 산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당 중앙위원회가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을 과학적인 견적과 근거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작성하지 않아 실제로

과학 기술이 국가의 경제 활동을 견인하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고, 불합리한 경제 활동 체계와

질서를 정비 및 보강하기 위한 활동이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라며 정치적 책임을 주된

요인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교훈에서 도출된 개혁에 대한 '과학적인' 구체성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향후

5년간의 경제 계획에는 내각이 경제 관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과학 기술로 생산력을

근대화하고, 원료와 재료의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경제 발전의

주안점에 힘을 집중해서 인민 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인민의 생활을 향상할 수 있는 견고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상정한 5개년 계획을 설명할 때는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테마로 삼으면서 금속공업 부문, 화학공업 부문, 농업 부문, 경공업 부문 등 각 경제 분야의

과제와 전략을 제시했다.

경제의 ‘정면돌파전’ 지속

이러한 입론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경제 전략을 달성하지 못한 요인의 하나로서 적대 세력에

의한 경제 제재를 든다고 해서 북한이 외부 환경 개선을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해 핵무기를 포기하자는 생각으로 이어질 일은 없다. 그와는 반대로 경제 제재의

지속이 전제된 자력갱생 노선이 한층 더 강조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끝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경제 발전을 달성하려는 것으로서 2020년 한 해 동안

실시한 ‘정면돌파전’의 지속이라고 말 할 수 있다[주4].

김정은은 보고 중에 상황의 개선을 굴복이 아닌 외교전에 승리함으로써 달성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외교 전략에서는 미국을 이기는 것을 강조하면서 ‘반제국주의 자주 세력’과의

연대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세력과의 경제 협력에서 활로를

도출하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의 자주권을 침략하려고 하는 적대 세력의 책동을 분쇄하고 우리 나라의 정상적인

발전권을 지키기 위한 외교전을 공세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대외정치 활동을 조선 혁명 발전의

주된 장애물이자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지향해 나가야

한다.” “미국에서 누가 권좌에 앉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대외활동 부문에서 대미 전략을 책략적으로 수립하여 반 제국 자주 세력과의 연대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간다. (후략)” [주5]

경제 발전에 집중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전쟁 억제력’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무기 개발에 관한 언급은 많지 않았으나, 미국과 한국의 전력 강화에

대한 지적과 북한의 신 전력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반복해서 기술한 점이 특징이다. 노동당

대회에서 표명된 이 같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관련 보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에 집중하는 것을 담보하기 위한 전쟁 억제력’이라는 사고가 답습되고 있다는

측면이다. 이는 2017년의 핵전력 완성으로부터 경제 비약으로 향한다는 논리[주6]와 2018년의


핵전력 완성을 바탕으로 경제에 전념한다는 논리[주7]로 기술되어 온 것으로서, 작년의

‘정면돌파전’ 연설[주8]이나 가을 유엔총회에서의 김성 유엔 대사의 연설[주9]에서도 사용되었다.

이번 보고에서도 “현실은 국가방위력을 잠시도 정체하지 않고 강화하는 것만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주10]고

밝히고 있다.

이를 강조하는 논리로서 김정은은 적대 세력의 군사력 증강 현실을 강조하면서 그에 걸맞게

자국의 전쟁 억제력을 증강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우리 나라를 겨냥한 적의 첨단무기가 느는

것을 목전에 두고도 자신의 힘을 끊임없이 기르지 않고 평온 무사하게 지내는 것보다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일은 없다.”, “미국과 적대 세력의 무분별한 군비 증강으로 국제적인 힘의 균형이

파괴되고 있다.”라고 말함과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는 “하이테크 군사 장비의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은 중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11]

둘째 측면은 구체적인 군사력 증강에 대한 인상을 심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여론에 북한의 핵전력 강화가 방치할 수 없는 위협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신정권에 대한 협상을 촉진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대회 보고에서 2017년까지 완료한 수소폭탄의 보유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5호’의 시험 발사 성공을 ‘대 사변’이라고 평가하고, “우리 나라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부상시켜 모든 강대국이 우리 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제멋대로 흥정하려고 했던

시대를 영원히 끝냈다.”며 자찬했다. 또한 과거 5년간의 핵무기 개발 실적으로서, 다탄두 개별

유도(MIRV)의 기술 개발이 최종 단계에 있다는 것,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극초음속 활공비행

탄두 등 신형 탄두가 시험 제작 단계에 있다는 것, 원자력 잠수함의 설계 및 연구가 최종 검사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 등 세부적인 성과를 자랑했다[주12]. 그리고 향후 핵전력 강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조선반도 지역에서의 군사적 위협은 필연적으로 핵 위협으로 직결된다”[주13]는

분석을 하고, 전술핵무기의 개발 강화와 초대형 핵탄두 생산의 지속과 명중 정확도 향상이라는

전술과 전략 양면을 내세웠다. 또한 개발 중인 상기 제반 기술의 추진을 다시 한번 열거함과

동시에 인공위성이나 무인정찰기에 의한 ‘정찰 정보 수집 능력’ 확보를 언급하고 군사력 전반의

하이테크화 방침을 설명했다.

지나치게 자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거한 전쟁 억제력 강화에 대한 보고는 상술한 것처럼

대미 외교 메시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싱가포르 합의의 계승

이처럼 공공연하게 핵전력 강화가 진행된다고 한다면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던

싱가포르 합의는 무효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이 의문을 생각하는 전제로서, 전쟁 억제력 강화가 언제나 외교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김정은의

기본적인 사고에 우선 주목해 보자. 김정은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그 성과를 보장하는 위력적인

수단이 된다.” [주14] 즉, 그의 머릿속에 항상 외교가 존재한다는 말이며 이게 의미하는 바는 크다.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적대적인

북미 관계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양국 정상의 직접 회담에서 당 중앙은 강한 독립 원칙을 가지고

새로운 북미 관계의 확립을 확약하는 공동선언을 성립시켰다[주15]. 여기서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북미 관계의 확립’이라는 문구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사용한 용어와 같다. 이어지는

말에서 ‘초강대국과 대등한 전략적 지위를 세계에 과시했다’고 자만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이라는 공동성명의 내용을 성과로 본다는 점이 갖는 의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김정은의 보고에서는 비핵화 등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비핵화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 계속 요구했던 ‘적대시 정책 철회’와 그로부터

도출되는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새로운 계산법’ 제시를 미국이 보여주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게

된 경과를 말해야만 한다. 그것은 북한에게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설명이 되고 만다. 이렇게

생각하면 공동성명의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핵 문제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공동선언의 그 외 중요한 합의 사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공동선언을 여전히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고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

한편, 남북 간에 합의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선언에 대해서는 한국이 불이행했다고

비난하면서 반복해서 남북 선언 이행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두 개의 남북 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기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사는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의 보고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북남 관계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하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절 중지하고

북남 선언을 신중히 받아들여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주16]

이상 말한 것처럼 노동당 제8차 대회를 마친 후에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이행하려는

북한의 의사에는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공동성명에 강조된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기구의 확립과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미국이 협상할 의사가 있다면 길은 열려있다.

김정은의 보고에도 다음과 같은 두 줄이 있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핵심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것에 있다.”

“앞으로도 힘에는 힘, 선의에는 선의라는 원칙에 따라 미국을 대할 것이다.”[주17]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마에카와 하지메)

주1 ‘김정은 동지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하신 개회사’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21년 1월

6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2 ‘김정은 총서기가 제8차 당대회에서 하신 맺는말’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21년 1월 13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3 주2와 동일.

주4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총회가 진행된다’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20년 1월

1일) http://www.kcna.co.jp/index-e.htm 에서 일자로 검색.

주5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하신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에 대해’, 제3장 ‘조국의 자주통일과

대외관계의 발전을 위해’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21년 1월 10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6 ‘김정은 당위원장의 신년사’ (조선중앙통신 영어판, 2018년 1월 1일).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7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8 주4와 동일.

주9 김성 일반토론 연설

https://estatements.unmeetings.org/estatements/10.0010/20200929/azzQgcBAMYqv/WaUGJrE2AJv

T_en.pdf

주10 주5와 동일, 제2장 ‘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인 진전을 위해’

주11 주10과 동일.

주12 주5와 동일, 제1장 ‘총괄기관이 거둔 성과’

주13 주10과 동일.

주14 주10과 동일.

주15 주12와 동일.

주16 주5와 동일.




주17 주5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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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보고 No. 32

감시 보고 No. 32 2021년 6월 12일 NPO 법인 피스데포 <비핵화 합의 이행 감시 프로젝트> 발행  Tel.: +81 045(563)5101, Fax: +81 045(563)9907, Email: office@peacedepot....